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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유희/일반대중문화

개와늑대의시간(MBC, 2007) 처음 개와늑대의시간을 보게 되었을 때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원수의 딸...과 운명적인 사랑, 그리고 그 여자를 놓고 절친한 친구, 형제인 동료와 갈등...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뻔하게 그려지니까. 그런데 그 뻔한 이야기들을 뻔하게 늘어놓는데, 이상하게도, 적당히 통속적이면서도 적당히 세련된, 80년대 홍콩 느와르를 멋지게 리메이크한 느낌이랄까... 잠입수사, 기억상실 등 잘 못 하면 킹왕짱 유치해질 수도 있는 장치들을 보면서 'ㅋ유치' 정도로 잘 소화한 웰메이드 B급의 느낌.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의 진가는 최재성과 정경호의 연기다. 특히 마지막 회 마오와 케이의 통화씬에서 마오의 연기는 최고였다. 천천히, 조용히 읆조리지만 뼛속까지 시릴 정도의 공포... 엔딩도, 굳이 마오와 케이의 인연을 캐뜬.. 더보기
2007년 9월 몽촌역사관 무료영화상영 안내 더보기
눈먼자들의 도시 어느날 갑자기 모든 것이 하얗게 보이는 '백색실명'이라는 전염병이 발견된다. 처음 눈이 먼 사람을 시작으로, 그를 진찰했던 의사와, 의사가 진찰한 또 다른 환자들, 그 사람들과 접촉한 가족과 타인들로 번져나간다. 눈먼자들의 도시. 인간이 사회를 이루면서 그 안에서 어떻게 변해가는가를 충격적으로, 하지만 충분히 있음직한 상상력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는 10여년전에 읽었던 도덕적인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나는 왜 지금까지 이책을 칸트가 썼다고 알고 있었을까?)라는 책이 생각났다. 사회가 눈이 멀면, 기존의 '남에게 보여질 때'의 질서는 한낱 낭만일 뿐이다. 눈먼 사회는 새로운 윤리, 새로운 존엄성, 새로운 지배원리를 만든다. 만약 눈먼 사회가 '그 한사람'을 믿고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더보기
Two hearts by Phil Collins 뭐든 첫번째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법이다. 처음 좋아했던 여자아이, 처음 학교 가던 날의 기억, 처음 극장에 가서 본 영화, 처음 엔딩을 본 게임. 등등등. 내게 첫 필 콜린스의 노래는 바로 이곡 Two hearts이다. 초등학교 6학년 졸업을 앞둔 한가한 겨울에 나에게 이곡을 알려준 친구는 졸업후 지금까지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이곡을 들을 때 마다 그 친구가 생각난다. 더보기
Radio Romance by Tiffany 내가 갖게 된 첫 팝 LP 중 한장, 티파니Tiffany의 두번째 앨범 Hold an old friend's hand. (나머지 한장은 본조비의 뉴저지) 내 14살의 생일날 근처였는데, 아는 대학생 형이 선물하겠다며 레코드샵에 날 데려가 원하는 앨범 두장 골라보라고 했다. 내가 이 앨범을 고르게 된 것은 바로 이 노래 때문이다. Radio Romance. 당시 티파니는 데비깁슨과 함께 10대 소녀 팝스타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는데, 인기면에서나 이슈면에서나 현재의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에이브릴 라빈 등과 비할바가 아니었다. 쉐어, 마돈나, 티나 터너 등의 성숙하고 농염한 여인네들이 여성 팝스타의 자리를 차지였던 시대였으니까, 이들의 등장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고 해야하나. 티파니는 .. 더보기
다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 2006 이제서야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현재 아프간 사태로 시끌시끌한 시점에서, 항상 정말로 무서운 것은 특정 종교의 교리나 관습따위가 아니고 '무언가에 미친' 사람이다. 영화화 발표시점에 어느 사이트에서 로버트 랭던의 캐스팅에 대한 vote가 있었을 때 부터, 로버트 랭던 역에 탐 행크스라는 것은 넌센스라고 생각해왔다. 영화를 보고 나니 더욱 그러하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만족. 오두리 토투도 알러뷰. (이 누님이 알고보니 나보다 연하.) 더보기
디파티드The Departed, 2006 내가 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중 가장 매력적인 모습이었던 영화. 또한 내가 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상업정인 영화-실제로 그의 첫 오스카 수상작. 더보기
오션스 13 Ocean's 13 지난 주말에 정동 스타식스에 가서 오션스13을 보았다. 토요일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정동의 이 썰렁한 관람석, 너무 좋았다. 교통만 좀 좋았더라면 이곳에 자주 가서 보고 싶은데, 사실 교통이 안 좋기 때문에 사람이 없는 것이지. 오션스 시리즈는 21세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고전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카메라의 위치/앵글/움직임, 테이크 구성, 화면 전환 등은 아주 포멀하고 클래식하며 뭐 어디 잔뜩 기교를 부린 편집, 화려한 CG나 스펙타클한 대규모 전투신 따위도 없다. 좀많이 과장해서 연극으로 만들어도 될 것 같다. 게다가 영화의 갈등 구조를 이루는 축은 나쁜 놈(들)과, 더 나쁜 놈(들)이다. 덜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에게 복수하는 스토리에, 누구 하나 죽는 사람도 없다... 더보기
Rome. season2 요사이 몇년 동안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나 그리스/로마 신화 관련된 교육 만화가 인기 도서가 되면서 로마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이 생긴 것을 느낄 수 있다. 로마 여행을 직접 가고 나서야, 학교와 대학에서 배우는 세계사와 서양사에서 로마가-실제 가지는 영향력에 비해-얼마나 적은 비중을 가지고 있나를 느낄 수 있었다. 적어도 지구 절반의 역사와 문화는 아직도 기독교가 주된 키워드이고, 그것을 이해하는데 로마를 빼놓고 말할 수 있겠는가. 시즌 2가 너무 짧게 끝나버려서 아쉬움이 크지만. 아우구스투스(옥타비아누스)가 제정을 확립하는 시점에서 끝낸 것이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드라마 Rome의 주인공은 카이사르 줄리우스 시저, 그리고 옥타비아누스와 마크 안토니임과 .. 더보기
RATM RATM의 음악을 처음 접한 것은, 한 승려가 하얗게 불타고 있는 자켓. RAGE AGAINST THE MACHINE. 주욱 이어서 발음하면서도 가슴 벅찬 이 밴드는 내 자아가 가장 불안정하고 가장 예민한 시기에 나와 함께한 친구였다. 안녕 잭, 안녕 탐! 나에게 탐 모렐로의 리프는 모짜르트의 그 어떤 피아노 소품보다 아름다운 예술이었고 so groove, so funky 잭 델라로챠의 독설은 지령이었다. 내가 이들의 음악에 영혼을 내맡긴 시기는 내 개인적으로 아주 민감한 시기였으니까-난 고3 혹은 더이상 아무도 care하지 않는 대학교 새내기였고, 세상 누구보다 energetic했고, 세상 누구보다 불행했다. system 곧 machine은 나에게도 타파해야할 관습이었고, 무너뜨려야할 산이었으며 내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