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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신참자新參者 (2010, 2q TBS) 신참자는 기본적으로 살인 사건으로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그 목적이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것, 즉 범인이 누구인가를 알기 위한 드라마가 아니다. 이 드라마는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 다양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배치하여, 매 에피소드마다 이러한 주변인물 개개인의 갈등을 ‘무뚝뚝하고 이성적이지만 인간적인’ 형사 카가 교이치로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이것이 무슨 말인고 하니 기껏해야 총 11회짜리 연속드라마 포맷으로 저 이야기를 담아봤자, 어차피 각 에피소드별로 한회에 한 인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야기 구조상, 마지막에 짜잔 이놈이 범인이야 라고 범인 보따리를 풀어봤자 큰 감흥이 없다. 범인이 범인이기 위한 이유 따위를 시청자에게 충분히 납득시킬만한 여유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눈뜨.. 더보기
백야행 白夜行 (2006, 1q TBS) 사사가키는 말했다. 그 아이들에겐 동정의 여지가 없다고.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그들의 인생에 주체할 수 없는 연민과 동정을 느꼈다. 비록 키리하라 료지와 니시모토 유키호의, 숨이 텁텁막히는, 어긋난 인생과 애정의 시작은 순간의 실수, 그리고 그들의 잘못 된 판단으로 시작되었지만. 그들 주위에 그들을 바른 길로 이끌어 주는 어른은 없었다.그들은 애초에 부모로부터 무방비로 방치된 상태였으며, 그들에게 호의적인 어른이라고 해봤자 방과 후에 찾는 도서관의 사서, 타니구치 정도 밖에 없었다. 그들을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이해하는 유일한 어른은, 범죄에 대한 무조건적인 증오심과 동시에 그에 반하는 죄책감으로 인해 14년 동안 지독히 그들에게 집착하는 사사가키 준조 뿐. 하지만- 마지막 화, 육교 위, 료지를 향.. 더보기
유성의 인연流星の絆 (TBS, 2008년 4분기 金10) 어른이 되면 범인을 찾아 셋이서 죽여버리자 첫회 첫장면, 아리아케 코이치(니노미야)의 섬뜩하고 냉정한 나레이션으로 드라마가 시작합니다. 아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답게 또 미간에 주름잡아가며 예의 어둡고 숨막히는 세계 속으로 발을 들이밀어야하나 싶었더랩니다. 하지만 첫회 타이틀 롤이 나간 후, 15년 전의 사건과 현재를 오가는 장면에서부터 시청자는 움찔할 것입니다. 15년전 주인공 3남매가 집을 비운 사이 부모가 참혹하게 살해된 것을 다루는 장면이 나올 때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타다가, 현재 죠지 클루니-이번 작품에서 구도칸식 수다를 풀어내는 주 무대-에서 코믹한 설정들이 나올때 어딘가 모를 위화감을 느낄 것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바로 이어지는 첫번째 극중 극-삼남매의 사기행각-이 과장되고 우스꽝스.. 더보기
용의자 X의 헌신 4시간? 6시간? 이 책 한권을 마치는데 드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아직까진, 내가 아는 한, 히가시노 게이고=세계 최고의 이지 리딩. 표지에 가득한 출판사에서 붙여놓은 수식어구 중 "추리소설"이라는 표현이 눈에 거슬린다. 하긴, 딱히 다르게 붙을 장르가 마땅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작품은 '범인이 누구인가'를 밝혀내는 고전적인 형태의 추리소설은 아니다. 작가가 범인을 숨겨놓고, 혹은 트릭을 묻어두고 독자를 낚는다는 느낌보다는- 대놓고 작가가 독자를 낚는 느낌. 뭐 장르따윈 어때, 재미만 있으면 된다. 마지막 두페이지 정도는 어딘가-어디라고 콕 찝을 수는 없다-에드가 앨런 포우의 소설같은 분위기라서 더욱 마음에 남는다. * 이 작품은 후지TV드라마 '갈릴레오'의 베이스가 되었고 (그 갈릴레오 역.. 더보기
회랑정 살인사건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한 영화나 드라마는 몇편 보았지만, 정작 책으로는 처음 접한 히가시노 게이고. 평소 일본 현대 문학이 타 문학에 비해 매우 쉽게 읽히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아마도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모두 이러할 듯 하다-은 그 중 최고의 이지 리딩이 아닐까 싶다. 책을 덮는데 만 하루가 안걸렸는데, 여기서 자는 시간 먹는 시간 일하는 시간 빼면 정말 만화보듯 페이지가 넘어간 것이다. 물론 이지 리딩이 그의 아이덴터티는 아닐 것 이다. 몇편의 영화/드라마 화된 작품들과 이 작품으로 내가 정의내린 히가시노 게이고의 아이덴터티는- 그는 작품 속에서 인간을 '주제를 전달하기' 편하도록 썽둥썽둥 잘라놓고 전개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큰 무리가 없는 선에서 잔가지들은 쳐버린다. 얼핏 리얼리티가 배제되.. 더보기
악의惡意 (NHK, 2001)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의 소설을 드라마로 구성한 총 6편 짜리 작품. '히가시노 게이고 미스테리' 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미스테리 라는 말 때문에 다소 포우의 작품 세계를 기대했었으나... 나의 착각이었다. 혹은 기획자의 오버센스.) 소재나 표현면에서 아주 신선하며, 작고 섬세한 호흡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전체적으로 무언가 '커다란' 것은 없다는 것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엔 좀 부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로 꼭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다. 작품 안에서 씌여진 소설을 독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시 읽어주는지 궁금하다. 공식 홈은 이곳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