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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유희/일반대중문화

닥터 후Doctor Who (KBS2/BBC)

http://www.bbc.co.uk/doctorwho/
http://www.kbs.co.kr/2tv/enter/doctorwho/

닥터 후Doctor Who는 영국 BBC에서 제작한 드라마입니다. KBS2에서 시즌 1(2005년 作)부터 꾸준히 국내 방영을 해주고 있습니다. 사랑해요 KBS. 지난 일요일, 시즌 3의 국내 방영이 종료되었죠.

시즌 3...라고는 하지만 닥터 후는 1963년부터 제작되던 시리즈 입니다. 닥터 역을 맡은 배우만 벌써 10명 째입니다. (위 사진 참조, 출처는 네이버 지식인.) 1989년 장기 휴방(?) 후 2005년에 새로이 시즌 1부터 시작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닥터 후의 매력은, 외계인과 우주선, 그리고 미래세계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요즘 영화들 처럼 (현대 과학의 기술선상에서 이어지는) 최첨단의 세계를 그리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외계문명이건, 51세기 까마득한 미래의 인류문명이건, 현재 도시와 시골에서 사는 우리 모습들하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시대에도 사람들은 운전대를 붙잡고 있어야 하며,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시간여행 장치(타임머신)은 손목시계 타입이거나,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있다거나, 주인이 부르면 달려온다거나, 그런 것은 쥐뿔도 없습니다. 그냥 낡은 공중전화박스-'타디스'라고 불리웁니다-입니다.

이것은 쥘베른의 해저2만리, H.G.웰스의 타임머신 등의 고전 SF작품을 접할 때와 같은 느낌입니다. 1960년대에 제작된 닥터 후는, 1960년대에 생각할 수 있던 첨단을 그리고 있습니다. 쥘베른의 달나라 탐험에서 달나라행 로켓에 탑승한 신사양반들이 점잖게 티타임을 가지고 있는 것 처럼, 현대의 관점으로는 촌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설정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클래식하고 색다른 상상력의 세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현대 사회를 주된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실상은 스팀펑크와 같이 현실과 전혀 다른 가상의 세계관을 구성하는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이러한 면 때문에 '저게 어떻게 말이돼?' '다 엉터리야!' '촌스러워' 라고 내쳐버린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저 역시 처음 시즌 1은 TV에서 두 화 정도 보고 개무시를 했습니다. 시즌 2를 저와 같이 보던 아내는 '자기야 저거 자기 보는 드라마 맞아? 애들꺼 아냐?' 이렇게 되묻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특수효과와 분장, 외계인의 모습 등도 디테일, 사실성 등과는 거리가 먼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시즌 드라마임을 감안한다면 나름 블록버스터급 입니다.ㅠ_ㅠ)

그것을 커버하는 또다른 매력은 바로 닥터가 가진 인간적 매력입니다. 영원에 가깝게 살면서 시간을 여행하는 외계종족, 타임로드의 마지막 생존자인 닥터는 시간 여행을 파트너와 함께 합니다. (클래식 시즌은 못봐서 패스) 시즌 1, 2는 로즈(빌리 파이퍼Billie Piper), 시즌 3은 마사(프리마 애지먼Freema Agyeman) 가 출연했습니다. 007에 본드걸처럼, 닥터 후의 닥터걸(^^;;)들은 닥터를 사랑합니다. 시간 여행을 하면 가끔 옛날에 함께 다녔던 닥터걸이 할머니가 되어 닥터를 알아보기도 합니다.

닥터는 시즌 2에서 말합니다. 사랑했던 여자는 점점 늙어가다가 결국 죽고 마는데, 자신은 영원히 산다고... 사랑하는 사람이 늙고 죽는 모습을 보며 영원히 살아야 한다고.

단순히 시공을 초월해서 여자나 후리고 다니는 바람둥이는 아닌 모양입니다. 하지만 결국 그의 파트너들은 그를 떠나고 말죠.^^;; 다시 언젠가 내 앞에 와주길 바라면서...

괴팍하고 엉뚱한 성격에, 양복에 흰 운동화를 신고 쉴새없이 수다를 떨어대는 10대 닥터(David Tennant) 캐릭터가 주는 친근하고 도회적인 느낌도 아주 좋습니다. (9대 닥터는 겉모습만 봐서는 무서운 테러리스트.)

또한 매 회 배경과 등장인물만 다르고 똑같은 패턴만 반복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간혹 신선한 방식의 에피소드도 보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특히 이번 시즌3의 Blink (우는 천사) 처럼 닥터 일행이 주가 아니라 제3자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에피소드나, Human Nature(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처럼 닥터가 아닌 인간 스미스 씨의 인생을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습니다.

원래 지난 일요일 끝난 시즌 3의 몇몇 에피소드를 위해 작성을 시작한 것인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포스트가 길어졌습니다. 이 작품은 저에게 단순히 재미있는 드라마 이상으로, 사랑하는 드라마 이다보니... 시즌 3에 대한 세부적인 포스트는 다음으로 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