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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유희/일반대중문화

하얀거탑, 2007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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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탑

장준혁 외과과장의 죽음을 끝으로, 10주간 달려온 하얀거탑이 끝나고도 벌써 2주. 비록 일본 원작을 베이스로 만들어서 실제 우리나라 의료계 현실과 100% 일치하지 않다고 해도.

각자 속한 곳에서 각자의 영욕을 위해 살아가는 모습은 어딘들 다를게 있겠는가.


방영 당시 몇몇 미디어에서는 장준혁 과장을 악역이라는 지극히 평면적인 수식어로 한정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싫어하는 것' 과 '악한 것' 을 동일시 하는 것인가?

누구든 하얀거탑에 나온 극중 인물 중 어떤 사람이라도 딱 집어서 악역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사회생활 하면서 나와 안맞고 가치관이 다르고 나를 싫어하고 내가 싫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나는 그들 중 누구라도 '악하다' 라고 말할 수가 없다. 그들도 나처럼 월급한푼이라도 더 받고 싶어하고 좀 더 편한 일을 하고 싶어하며 남들로 하여금 좀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싶어하고 더 비싼 차와 더 큰 집, 더 이쁜 여자(혹은 남자)를 원하며 집에서는 귀한 자식 믿음직한 가장이다. 내가 사는 사회는 선과 악이 대립하는 필드가 아니기 때문에. 배고픈 사자가 병든 아프리카 영양을 잡아먹는 것을 누가 악하다 하겠는가.

(때로 멍청함, 능력없음이 곧 악함과 멀지 않은 결과를 나타내는 것을 경험한 관계로, 굳이 나보고 악역을 꼽으라면 염동일 선생을 꼽을 것이다.)


...하얀거탑이 방영된 것은 단 10주, 2개월 하고 반이었는데. 그리고 종영된지 겨우 2개월이 되었는데. 20년 사귄 친한 친구 놈이 멀리 해외로 이민 가버린 느낌이다. 세상 어디선가, 나만 모르게, 갑자기 장준혁 과장이 태연하게 관에서 기어나와 회진을 돌고 부원장하고 싸우고 최도영하고 막걸리 마시는 패러럴 월드 하얀거탑이 방영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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