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북소리
이 책을 손에서 놓은 시점이, 월화수목금토일 내내 새벽 별보기 운동하던 시절이라, 미처 감상을 남기지 못했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나는 하루키의 장편소설보다 단편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의 수필은 그보다 더 좋다. 하루키가 유럽-그리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에서 머무르며 쓴 그의 한가롭고 대수롭지 않은 일상을 읽다보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캔맥주 하나씩 들고, 너 그동안 뭐하고 살았니 그래 그랬구나, 수다를 떠는 기분이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딱히 웃겨 죽겠는것도 아니지만, 상대를 좀 더 알아가는 기분 좋은 과정이랄까. 하지만 누군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하나 권해 달다고 한다면, 이 책을 추천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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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가 없는 꽃집薔薇のない花屋 (후지 TV, 2008)
장미가 없는 꽃집이라는 제목처럼, 행복한 삶을 위해 '꼭 있어야 하는 것'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에게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또한 스스로에게 거짓된 사람들. 이 연속 드라마가 종영된지 벌써 3 개월이 가까워가는 지금도 다시 잠깐잠깐 리뷰해보는 그 장면장면마다 코끝이 시큰해진다. 노지마 신지는 이렇게 작정하고 주인공들을 그리고 시청자들을 괴롭히는 전개가 솔직히 좀 짜증은 나면서도, 그것이 바로 그의 작품이 가진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당신 나쁜사람이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첫 회, 처음으로부터 2분간의 나레이션 후, 4분동안 아무 대사 없이, 싱글 파파인 싱고가 시즈쿠를 키우며 생활하는 장면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잔잔한 음악에 맞춰 다이제스트 식으로 이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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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걷는 시간
넬, 이라는 그룹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싫어하려고 하는 편이다. 딱부러지게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싫어하려고 한다는, 18도짜리 소주마냥 맹맹한 표현을 하는 이유는, 이 밴드가 서태지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고, 그것과 그것이 무슨 관계냐고 한다면 추가로 그냥 난 서태지가 싫기 때문에. 그런데 이번에 우연히 회사를 옮겨..아니 옮겼다고 하기엔 그 공백기간이 좀 길어서, 그냥 집에서 살림하다가 운좋게 취업했다고 하는게 좋겠다, 암튼 그러했는데, 아 진짜 남의 돈 타먹는게 쉬운게 아니구나, 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모두 모스피타처럼 피폐해지는거다. 그래서 멜론 5월 1주 TOP 100 음원들을 들으며 막힌 혈을 뚫고 더러워진 피를 정화하며 영혼의 구원을 얻고 몸과 마음을 바로잡고 있는데, 유독 귀에 와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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