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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유희/일반대중문화

말아톤

이 영화를 보다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아주 슬픈 장면이 하나 있어. 주인공인 조승우=초원이가 다니는 학교 교실이 나오는 씬인데, 그 교실 뒷편을 카메라가 잡아. 거기에 반 아이들이 그린 자신의 엄마 그림이 따다다닥 붙어있어.

내가 국민학교 1학년때 첫 미술시간에 한게 엄마를 그리는 거였어.
교실 뒤에 1학년 4반의 어린이들이 그린 엄마 그림들이 촤르륵 걸렸어.
모두 노란 곱슬곱슬머리에 큰눈에 앵두같은 입술 공주같은 드레스를 입힌 엄마를 그렸어.

우리 엄마는 부스스 아줌마 파마에 맨날 집에서 입는 검은 바지를 입고 있어.
난 교실 뒤를 쳐다보기 싫었어. 그래 나는 고시직하고 융통성없어. 선생님도 아시겠죠. 교실 뒤를 쳐다볼 수 없었어. 내 손으로 직접 그린, 그곳에서 가장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가장 현실적인-내 어머니의 그림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으니까.

그러던 어느날 학부모 참관하는 날 교실을 찾아온 우리 엄마가 내가 그린 당신 그림을 보았어.

갑자기 그 생각이 난거야. 영화보는 도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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