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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오늘 nikon D50의 중고거래가 있었다.

낙성대에서 만난 판매자.
마른 체구에 얇은 얼굴. 야윈 뺨, 안깎은 수염들.

고시생정도의 느낌.


마치 정해진 월례조회의 식순처럼 이것저것 확인하고 돈을 건내고
짐을 꾸리는데

'저 근데 충전기는 어디있죠?'


판매자와 구매자는 사이좋게 마을버스를 정류장에 줄을 서있다.
판매자는 미안한 마음에 내 것까지 "두명이요~!" 교통카드를 찍어준다.

...나 방금 지하철에서 내려서 환승되는데...


한참을 달린 마을버스가 한적한 산업도시의 공장 입구같은 곳에
나와 판매자를 남겨두었고, 판매자는 나를 남겨두고 기숙사위로 올라갔다.

판매자의 기숙사 앞에서 뉴질랜드 순면 100% 코튼 양을
100마리 세고 있으려니 판매자가 충전기를 가지고 왔다.

"타시죠!" 오 투산. 가난한 고시생은 아닌 모냥이다. 미안한 마음에 날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한번 사양하고 안전벨트를 매었다. 차좋네요.


집에 가기 위해 낙성대 역에 교통 카드를 찍었더니 800원이 찍혔다.
이상하다 30분이 안지났는데...


그때

마치


카이저 소제가 절름발이에서 경보선수가 되는 장면처럼


소름이 끼치며,
번뜩.



판매자가 굳이 내 마을버스 요금을 내준 것을,
판매자가 굳이 날 지하철 역까지 태워 준 것을.

아놔 중간에 마을버스 한번 타야지 환승되는건데



T40노트북 팔 때 돈뽑아 준다고 은행에 끌고간 구매자의 현금카드를
ATM카드가 먹고서 안뱉었을 때 보다는 덜 황당했지만

재미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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