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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항문외과 치료 첫경험

안녕하십니까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자라는 칸델라 백곰, 대괴수 정구르입니다.


저는 그동안 여러분께는 비밀로 하였지만, 3년간 항문에 커다란 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똥 쌀떄마다 뜨겁게 달궈진 쇠꼬챙이로 똥꼬를 쑤시는 듯한 아픔에, 저는 수많은 친구도 잃고, 연봉 식스밀리언달러의 외국 일류기업의 스카웃도 마다해야했으며, 직장도 잃었습니다. 저는 이번 겨울에 결혼합니다.

사실 그동안, 아침마다 똥싸고 아픈똥꼬를 부여잡고 딱딱한 회전의자에 앉아 코딩하는 암울한 직딩 생활을 하며 병원에 가고싶다, 병원에 가서 이 아픈 똥꼬를 도려내고 어서 빨리 밝은 광명과 희망으로 가득찬 아침을 화장실에서 맞이하고 싶다 라고 얼마나 간절히 바래왔는지 모릅니다.

사실, 내 부끄러운 그곳. 나 조차도 거울 하나로 볼 수 없는 그곳.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꽃단장할 수 없는 검은 미지의 그곳을 생판 모르는 하얀 가운의 남녀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실로 내키지 않는 일이 아닐 수 없잖아요? 아직 나도 못 본 곳인데...

하지만 더 이상 질질 끌수는 없기에 그곳을 찾아갔습니다. 전국 천만 치질인들의 메카, 송도병원. 대항외과 전문 병원, 항문의 스페셜리스트, 권위자들로 가득한 그곳에-


진료실에 들어갔더니 간호사 누나가 벽 한구석의 그림을 가리킵니다.

어쩔수 없잖아. 이곳에서 살아나갈려면...


잠시후 제가 누운 침대가 지이이잉 올라가서 간호사 누나들의 눈높이 정도까지 올라가자, 의사선생님이 등 뒤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 자세는 벽을 보고 취하는 자세입니다.)

그리고


나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숨조차 쉴 수 없었습니다.



고작 하는 것이라고는 반사적으로 활처럼 튕겨오르는 머리를 두손으로 누르고 있는 것뿐.
글을 쓰다보니, 한참 전에 끊은 담배가 생각납니다.

자, 이제 옷입고 앉으세요 간호사 누나의 말에 겨우 몸을 추스리고 의사선생님 앞에 앉았습니다. 의사선생님은 손을 씻고 난 후였는데... 계속 자신의 세번째 손가락을 만지작 만지작 하고 계셨습니다. 그 선생님의 손은 마치 조폭과도 같이 커다란 손과 손가락 마디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 제 병명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치열이라는 질환입니다. 병원에서 가져온 팜플렛을 참고로 치열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치열 (Anal fissure)
치열은 항문 하부의 피부가 찢어지는 병을 말합니다. 증세로는 대변시에 항문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피가 뚝뚝 떨어지기도 하며 대변후에도 뻐근한 통증이 수분 혹은 수시간 지속 됩니다. 항문은 내괄약근과 외괄약근 2겹으로 둘러싸여져 있으며 이 괄약근이 평소에는 수축된 상태로 항문을 막고 있습니다.

배변시에는 항문이 충분히 열려져서 대변이 쉽게 빠져나오게 되나 만일 항문관이 충분히 열리지 못할 때에는 변이 굵지 않더라도 항문이 찢어지게 됩니다.

특히 항문의 앞쪽이나 뒷쪽에서 잘 찢어지며 찢어진 상처가 대변을 봄으로써 더 심해져 가고 나중에는 찢어진 부위의 안쪽과 바깥쪽에 혹을 형성하게 됩니다.

치열은 성격이 예민하거나 섬세한 사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에게서 더 많이 올 수 있고, 가장 많은 원인은 변비이며, 이외에도 내치핵이 심할 경우 혹은 임질 등 성병에 의해서도 올 수가 있습니다.

치료로는 우선 변비를 예방하여 주고 야채 등 섬유질 섭취를 충분히 하여주며 배변을 매일 한번씩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항문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십시요. 이렇게 하여도 특별히 차도가 없는 경우에는 수술을 요합니다.


일단 일주일간 약물 치료를 받아보고, 경과를 보기로 했습니다. 약은 식후 먹는 약들과 아침저녁으로 넣는 좌약을 주었습니다. 좌약이라는 것은 처음 만져보았습니다.

좌약을 처음 넣을 때, 잘려고 엎드려 누워서, 손을 뒤로 뻗어서 슬슬 집어넣어보았습니다. 서서히 그리고 부드럽게, 미는듯 마는듯 집어넣는 것이 요령이구나, 싶었습니다. 자 이제 다 넣었으니 자볼까 하는 순간

차갑고, 이질적인 무언가가 쑤욱 항문을 통해 밖으로 나옵니다. 좌약을...쌌다고나 할까요? 지렸다고 해야할까요? 좀 더 집어넣어야하는구나. 다시 한번 좀 더 시간을 들여 깊이 짚어넣었습니다. 일정 깊이가 되자, 마치 개미지옥이 모래 구덩이에서 튀어나와 먹이를 낚아채듯, 내 직장안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좌약을 쏘옥 낚아채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음주 월요일에 두번째 검진을 받습니다. 저는 또 바지를 무릎까지 내린채 옆으로 누워 착한 어린이 손을 포개어 머리아래 두는 포즈로 눕겠지요. 다음주에는 제 항문이 그레이트 탄성을 갖게 되어, 의사선생님의 거칠고 억센 손길에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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