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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T코리아에 네티켓은 존재하는가

네티켓은 단순히 '네트워크상에서의 에티켓'으로 조합된 신조어였으나, 이제 그것은 '네트워크상에서의 질서' 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온라인 상에서 일어나는 네티켓의 결여와 사이버테러는 이제 사회적으로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른바 '악플' 이라는 익명성의 폭력이 피해 당사자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사례는 더이상 드문일이 아니며, 초고속 인터넷 시대답게 인권의 유린 속도도 아주 빠르고 손쉽다. 유명인들은 말할 것이 없고, 평범한 일반인들도 인터넷에서 개념없는 '방법대상'으로 찍혀 일방적인 폭력을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IT강국을 자처하는 나라에는 정작 그에 걸맞는 의식은 없다.
무엇이 문제인가, 예를 들어보면


어제 슈퍼쥬니어의 한 멤버가 역시 유명한 피겨 스케이팅 선수에게 '일촌'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했다는 방송이 나가자 슈퍼쥬니어의 팬들이 해당 선수의 미니홈피에 찾아가 온갖 욕설과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쇼를 하세요." "X년아, 맞아볼래?" "야이 OO아, 니가 뭐라고 일촌 거절하냐?" "우울증 걸려 자살해버려라."

일반 연예인을 향한 악플(악성 댓글)이 아니다. 안티 없기로 소문난 '피겨 요정' 김연아의 미니홈피에 쏟아진 충격적인 욕설이다. -C신문 보도내용

여기서 가장 우선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인터넷이 창조한 새로운 가치관이다. '일촌 신청을 거부 당한다' 라는 것은 기존에 존재하던 가치 명제가 아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사실상 www의 세계)이 생기고, cyworld라는 곳에서 미니홈피라는 시스템를 만들고 '일촌'이라는 기능을 서비스한 이후에야 생겨난 것이다.

인간관계의 비중을 오프라인에 두는 사람에게는 '일촌 신청을 거부한다' 라는 것이 별 것 아닐 수도 있을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어릴 때부터 사교와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인터넷, 특히 cyworld의 미니홈피라는 서비스를 택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아주 심각한 사건으로 받아들여 질 수도 있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기존 offline의 가치관이 성립된 후에 인터넷을 사용하는 세대와, 애초에 인터넷의 가치관과 offline의 가치관을 동시에 배워나가는 세대와의 갭이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이 갭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이 당연히 인터넷을 접하고 인터넷을 사용할 것이 분명한 상황이라면, 가정에서 그리고 기초 교육기관에서 인터넷이 만든 새로운 패러다임과 그 구체적인 세부항목에 대해 기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아이들은 '어떻게 인터넷을 사용하는지' 만 배웠을 뿐이다.

또한 무분별한 욕설과 거친 표현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안고 있는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그동안 익명성을 앞세워 질보다 양의 성장을 추구했던 모 사이트가 인터넷 여론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주소였다. 지난 7월 27일부터 시행된 제한적 본인 확인제를 통해 부분적 실명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그것으로 부족하다. 전격적인 실명제와 더불어 교과 과정이나 공익 광고등을 통해 역시 마찬가지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표현 공간에서 지켜야할 규범에 대해 교육하도록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