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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유희

월드컵. 2006.

1990년,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 월드컵을 찾아 보기 시작한 후로 15년 정도가 흘렀다.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은 각 나라(엄밀히 말하면 각 축구협회들)의 현재 실력과 세계 축구의 트렌드, 새로운 스타의 등장과, 노장의 투혼 혹은 무력함, 감독이나 코치로 재시작하는 옛 스타의 모습등- 인생의 축소판(하긴 인간이 하는 어느 것이 아닐Sonya) 을 보여주는 세계인의 축제였다. (이제 유로 도 국내 중계를 해줘서, 2년으로 그 텀이 줄어들었다. 정구르는 기뻐요!)

슬프게도 우리나라는 그 신나는 무대에서 항상 들러리였다. 86 멕시코, 90 이탈리아, 94 미국, 98 프랑스... 몇몇 특출난 선수들을 제외한 전체적인 전력은, 기술과 체력과 체격 그 어느 것 할 것 없이 세계 중상위급 팀들과 경쟁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 내세울 것이라고는 항상 언론에서 우리나라를 평할 때 빠지지 않던 그 지긋지긋한 정신력. 악으로... 깡으로... 안되면 되게 하라고... 결국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긴 해서 조별 리그가 끝나고 현지 언론들이 선정하는 '가장 아쉽게 탈락한 팀' 이런 것에 뽑히기는 하나, 결국 남는 것은 4무 10패라는 초라한 성적 뿐이었다.

우리나라 축구를 응원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슬펐던 장면은 98년 프랑스월드컵 조별 마지막 경기, 벨기에와의 경기라고 생각한다. 출국전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치룬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전력의 80%라고 평가받던 황선홍을 잃어버리고,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선취골을 넣고도 운영미숙으로 역전패, 히딩크가 이끌던 베르캄프의 네덜란드에게 참혹할 정도로 원사이드한 경기 끝에 0-5. 그리고 감독 경질. ...이미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슬픈 대회는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2000 유로를 네덜란드와 함께 개최하는 벨기에와 치루는 경기에서,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뛰었다. 머리가 찢어지는 부상으로 경기장 밖으로 나와서 치료를 받으면서도, 사람이 하나 비니까, 빨리 들어가겠다고 하는 이임생이나, 다리에 쥐가 나서 경기장에 누워 분한듯 경기장을 내려치던 이상헌이나... 왜 우리는 이렇게 열심히 뛰는데 1승을 할 수 없을까, 아니, 왜 우리는 이렇게 열심히 뛰어야 할 수 밖에 없을까... 분하고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겨우 눈물을 삼켰던 그 장면들이,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치였다.

그리고 2002년. 협회의 물심양면으로의 지원과(정몽준 회장이, 자신이 따온 큰 대회에서 어떻게든 큰 업적을 남기고 싶었을테지) 거스 히딩크 감독의 맞춤식 지도, 그리고 홈 그라운드라는 잇점으로 꿈에 그리던 1승과, 16강, 연이은 8강과 기적과도 4강으로 온 나라는 축제 분위기 였다.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과, 축구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축구를 본 적도 없는 사람과, 축구를 몰랐던 사람과 모두 하나되는 온 국민의 잔치였다. 그리고... 웬지 모를 불안감.

그리고 바로 지금. 독일에서 열리는 2006년 월드컵을 바라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곤한다. 하나는, 4년전의 그 웬지 모를 불안감과 관련이 있는 것인데, 우리나라 대표팀에게 월드컵 4강이라는 것을 너무 쉽게 요구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실제로, 4깅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달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하기사 세상에는 초등학교 중퇴하고 맨손으로 정당하게 벌어서 100억 부자된 사람도 있을라면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순수 0%의 불가능은 없으니까... X나게 힘들어서 그렇지.) 또 하나는, 왜 축구 중계를 모여서 봐야 하는 걸까? 그것도,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단지 에너지를 발산하고, 술먹고 춤추고 떠들고 놀기 위한 수단으로 길거리 응원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혹은 일부 소수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더더욱 아쉬운 것은 이 미치광이 놀음이 사실상 거대 기업들의 마케팅 도구로 전락해림에 따라, 그들의 지원을 받는 언론 매체에서는 단 한마디의 네거티브도 없다. 온통 찬양 일색뿐.

어쨌거나,

이번에 이탈리아의 선전을 빌며, 2008 유로(스위스+오스트리아) 나 2010 월드컵(남아공) 은 현지에서 보고 싶다! (2006월드컵이 끝나면, 바로 2008 유로 예선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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