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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유희/일반대중문화

개와늑대의시간(MBC, 2007)

처음 개와늑대의시간을 보게 되었을 때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원수의 딸...과 운명적인 사랑, 그리고 그 여자를 놓고 절친한 친구, 형제인 동료와 갈등...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뻔하게 그려지니까.

그런데 그 뻔한 이야기들을 뻔하게 늘어놓는데, 이상하게도, 적당히 통속적이면서도 적당히 세련된, 80년대 홍콩 느와르를 멋지게 리메이크한 느낌이랄까... 잠입수사, 기억상실 등 잘 못 하면 킹왕짱 유치해질 수도 있는 장치들을 보면서 'ㅋ유치' 정도로 잘 소화한 웰메이드 B급의 느낌.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의 진가는 최재성과 정경호의 연기다. 특히 마지막 회 마오케이의 통화씬에서 마오의 연기는 최고였다. 천천히, 조용히 읆조리지만 뼛속까지 시릴 정도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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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도, 굳이 마오와 케이의 인연을 캐뜬금없이 구겨넣는 장면에서 약간 실망하긴 했지만. 홍콩 영화를 보는 기분의 반전이 마음에 들었다.

실망했던 점을 꼽으라면,
-마지막에 마오에게 인간미라는 감정을 줄 필요가 있었을까. 억지로 매운음식 떠먹히는 기분.
-신장 180cm의 NIS 이수현 언더커버 요원의 총질 실력에 실망.
-남상미의 캐릭터가 전체적으로 능동적이지 못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단지 주인공의 상황이 더 꼬이도록 하는 장치에 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