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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유희

기아 타이거스 V10, 그리고 이종범

일단 마지막까지 명승부를 연출해준 슼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며 (물론 슼이 우승했다면 욕을 100갤런 만큼 했겠지만) “타이거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축하합니다”. 하지만 타이거스 V10의 영광뒤에는 빙그레의 오욕의 역사가..ㅠㅠ

 

 그리고 KS가 타이거스의 우승으로 끝난 후 수많은 기사와 사진들이 미디어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나를 찡하게 제 1의 사진 한장은-

 

이종범


어릴적부터 빙그레(現한화) 팬이었던 나에게 [해태]라는 팀은 눈엣가시였다. 그 검고 붉은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은 매번 나의 우상들을 하나 둘씩 차례로 무력화시키고 패배의 슬픔에 빠져 허우적대는 내 눈앞에서 샴페인을 터뜨리곤 했으니까. 그래서 난 웬만하면 해태의 상대팀을 응원했다. 하지만 다행히 빙그레만 해태에게 약한 것은 아니었다. 인정하긴 싫지만 그들은 너무 강했다. 마이클 조던 전성기 시절의 시카고 불스처럼 혹은 지네딘 지단 전성기의 프랑스 축구팀 처럼. (<- 이 두팀도 비슷한 이유로 너무나 싫어하는 팀들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그 끝도 없는 적의와 질시의 핵심에, 두 명의 선수가 있었는데 하나는 선동열이요, 또 다른 하나는 이종범이었다.


이종범... 지금 생각해도 피가 거꾸로 솟을 것만 같다. 1번타자에 유격수. 리드 깊게 하다가 투수가 견제구 던지면 아예 2루로 뛰어서 세이프 될 정도로 발은 번개처럼 빠르고/기가막힌 컨택에 다가 리그 탑수준인 뱃스피드로 3할이상에 20홈런은 가뿐/수비 범위도 넓고 어깨도 강하다. 거기에 큰 경기에만 되면 더욱 미쳐 날뛴다. 타석에 들어서면 대체 어디에 공을 던져야 좋을지 보는 사람이 답답하고 행여 볼넷이라도 주면 2루 3루 도루해서 땅볼 나오면 바로 홈인... 어린나이에 야구보다가 풍와서 쓰러질뻔 한 적도 많다. 수비시에는 아... 말을 말자. 


진짜 분한 것은 이종범의 실력에 대해 어느 누구하나 토를 달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해설자도, 상대팀 감독도, 상대팀 선수도, 팬들도, 나도. 단순히 '야구천재' 라는 쉬운 단어는 이종범을 수식하기엔 너무나 부족했다. 오히려 '이종범' 세 글자로 충분했다. 이종범이 뛰는 내내 나는 100% 완벽하고 순수한 패배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일본에 가기 전 까진.



나는 이번 시리즈 내내 이종범이 안타를 치고 그라운드를 헤집고 홈런을 쳐대면서 '내가 너무나도 싫어했던 바로 그대로' 미쳐 날뛰기를 바랬다. 나이가 40이 되면서 기량과 성적이 예전같지 않아, 포지션도 바뀌고, 주전도 밀리고, 심지어 팀에서 떠밀려 나갈뻔 까지도 했던 이종범이지만... 그가 늘 한국시리즈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래주기를 바랬고, 왠지 또 그럴 것 같았다. 비록 그가 7차전 도중 교체되어 나가고 경기는 나지완의 한방으로 끝났지만 나는 그래도 MVP는 그가 되기를 바랬다.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2009년 한국시리즈가 타이거스의 V10으로 끝난 그라운드에서 이종범은 눈물을 흘렸다. 사진을 보는 순간, 이종범의 눈물을 보는 순간.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는 더이상 10여년 전 처럼 그라운드를 누비고 경기를 지배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바로 그 화려한 정점에 있지 않지만, 그라운드에서 그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치고 던지고 달리며 땀흘리는... 우승팀의 일원으로서 빛나고 있었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그를 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종범신 사랑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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