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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유희/일본문화

유성의 인연流星の絆 (TBS, 2008년 4분기 金10)

어른이 되면 범인을 찾아 셋이서 죽여버리자


첫회 첫장면, 아리아케 코이치(니노미야)의 섬뜩하고 냉정한 나레이션으로 드라마가 시작합니다. 아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답게 또 미간에 주름잡아가며 예의 어둡고 숨막히는 세계 속으로 발을 들이밀어야하나 싶었더랩니다.

하지만 첫회 타이틀 롤이 나간 후, 15년 전의 사건과 현재를 오가는 장면에서부터 시청자는 움찔할 것입니다. 15년전 주인공 3남매가 집을 비운 사이 부모가 참혹하게 살해된 것을 다루는 장면이 나올 때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타다가, 현재 죠지 클루니-이번 작품에서 구도칸식 수다를 풀어내는 주 무대-에서 코믹한 설정들이 나올때 어딘가 모를 위화감을 느낄 것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바로 이어지는 첫번째 극중 극-삼남매의 사기행각-이 과장되고 우스꽝스럽고 비현실적으로 전개될 때 그 위화감은 극에 달합니다.

대체 이 드라마는 뭐지?

솔직히 이런 혼란은 이 전에 겪어보았던 종류의 것이 아니라, 첫 회를 마쳤을 때 어딘가 불쾌하기까지 할 정도 였습니다. 하지만 2화에서 나카시마 미카의 특별출연 씬을 고비로 이곳이 바로 구도칸식 유머와 허구로 충만한 구도칸 월드라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혼란은 사라지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명계장이 아니고 망상계장


극 중 장남인 코이치(니노미야)가 다음과 같이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유족은 웃으면 안되나요?' (솔직히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이런 내용의 대사입니다.) 이것은 곧 작품 전체의 특징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부모가 잔혹하게 살해당한 삼남매의 삶이라고 해도, 그 삶이 항상 비탄과 분노로 가득하진 않을 것입니다. 살다보면 즐거운 일도 있을 것이고 타인에게 격없는 농담을 건낼 수도 있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도 있겠죠. 그렇게 이 작품에는 즐거운 이야기와 어두운 이야기가, 유머와 진지함이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사실 이런 것은 진행이 계속 될 수록 어느 한쪽에 치우쳐버리거나, 혹은 그런 쏠림을 지양하기 위해 지나치게 자제하다가 이도 저도 아닌 실패작이 되어 '실험적' 이라는 꼬리표를 단채 묻혀버리는 것이 대다수 였습니다. 하지만 유성의 인연은 슬픈 부분은 눈물 쏙 빼도록 슬프고, 웃긴 부분은 적어도 개그야보다는 웃기고, 치밀한 추리극 부분은 뭐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특성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이뿌다능! 하악...


원작과 각본, 연출이 뛰어나다보니 연기자들의 연기력은 저절로 따라오는 듯 느껴집니다. 니노미야, 카나메 준 등은 물론이고 발연기로 유명한 토다 에리카까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 잡는 열연을 선보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몇번 접한 분들은, 그의 작품이 대체로 막판에 독자(혹은 시청자)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특징이 있으며, 그것이 바로 그의 작품이 가지는 매력이라는 것을 알고 계실겁니다. 6화 끝나고 dc일드갤에 스포 올린 쥐같은 놈 때문에 전 그 재미를 50%정도 잃었습니다. 아 진짜 화남..ㅠㅠ 아무튼 보실 때는 주변 사람들을 조심하시길바랍니다. 드라마 이전에 소설 읽은 사람도 많으니까요.

2008년도 일드는 이렇게 장미없는 꽃집으로 시작해서, 유성의 인연으로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