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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Gadget

잘못된 지름의 프로세스

발단은 몇주전 회사에서 누군가 우리회사 어느 스튜디오에선가 만들고 있다는 iPhone용 게임을 직접 본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날도 줄기차게 밤샘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우리 서울 스튜디오 헤드가 iPhone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뭐 iPhone이야, 소니에릭슨 k600i 같은 폰도 자주 보니까 크게 이상하진 않았는데, 그 위에서 돌고 있는 게임이 아주 쓸만해 보였다는 거다. 게임성은 제끼고, 조작성 같은 것도 제끼고, 단순히 비쥬얼 퍼포먼스로 봐서는 psp용 피파에 비해 썩 나쁜 점을 못 찾을 정도.

이것으로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

당장 집에가서 iPhone SDK를 받았다. 확장자가 dmg. 뭥미? ...애플은 '당연히' 자사의 맥os에서만 실행가능한 SDK만 제공하고 있다.

그 뒤로 한 이틀간은 맥을 사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이틀이 지나니까, 내겐 처자식이 있으니까 패스. 눈물 좀 닦자.

그래서 돈없는 33세 오늘 명함받은 개발자 윤씨는 hacked 맥os-일명 해킨토시-를 pc에 깔기로 한다. 간단히 10분만에 실패. AMD는 인텔에 비해 그 설치가 까다롭다고. 괜찮아, 내겐 하나로텔레콤에 민원 걸고 받은 상품권이 있어! 하지만 PC를 인텔로 바꾸기엔 턱없이 부족. 보드만 바꿔보자. 어차피 sata포트도 두개밖에 없는 현재의 이 꾸린 보드, 예전부터 새로 바꾸려고 했잖아. 해킨토시가 안깔려도, 현재 있는 하드 3개와 SATA ODD를 마음놓고 붙일 수 있다고. 나는 내 자신과 손을 잡았다. MOU 체결.

금요일, 780G 칩셋을 달고 있는 새 보드가 왔다. 그날 난 새벽 3시에 퇴근했다. 토요일 일산에서 돌잔치가 있어서 잠시 들렀다가 처가로 워프. 일요일 오전에 출근, 저녁에 처가가서 처자식을 모셔오니 밤 10시. 밤이 깊었네, 달님 안녕하세요?

방화벽 셔터 내려오듯 무겁게 감기는 눈꺼풀과 싸우며 조립 완료, 해킨 설치! 설치 완료! 하지만 부팅 불가. 쓰러지듯 침대에 널부러짐.

월요일 출근해서 x86osx를 속독하니 해킨 설치 프로세스에 1g의 이해도가 증가했다. 그래서 월요일 칼퇴 후, 해킨 설치 시도 3번, 실패 3번. 우리 아들 분유랑 기저귀 사러 가면서 와이프가 usb에 최신 mp3를 넣어달라고 해서 일단 윈도우 XP 설치.

화요일 출근 후, 해킨에 대한 애정이 식은 것을 발견했다. 넌 나에게 과분한 OS야. 부디 좋은 유저 만나 행복하게 살길 바래. 그래서, 윈도우 비스타를 지름.(?!!) 이것이 바로 밑도 끝도 없는 전개.

그리고 지금, 윈도우 XP 세팅과 각종 드라이버, 작업 환경 세팅이 완료.

결국,

난 GeForce 8600GT와 raid카드를 팔았고, asus 780G 보드와 윈도우 비스타를 샀고, 윈도우 XP를 다시 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