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30대의 유희/게임

sensible soccer


2008년 한해를 마감하는 오늘, 사무실에서 딱히 할 일도 없이 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치다가 발견한 작년 11월에 작성하다가 잠시 닫아둔 포스팅을 발견하고 마무리해봅니다.=)



몸과 마음이 여러모로 고되던 고등학교 시절, 바쁘게 공부하는 와중에도(ㅇ_ㅇ) 짬짬히 짧은 휴식시간에 즐길 수 있어서, 질풍노도의 수험생 윤모군의 수험 스트레스를 풀도록 해 주었던 고전 게임 sensible soccer가- 15년의 세월을 넘어 XBLA(XBOX Live Arcade)로 발매 예정입니다.

센서블 사커는 92년에 발매되었는데, 당시로서는 거의 최대의 데이타-유럽의 모든 1부리그 클럽과 국가 그리고 선수들을 담고 있었습니다.

일단 어떻게 생긴 놈인지 보시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XBLA 용으로 공개된 개발 이미지


위 스샷을 보면 한눈에 이런 느낌이 드실겁니다.

그래픽 안습이네t-.-t

비록 15년이 지난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당시에도 욕먹기 좋은 수준의 그래픽이었습니다. (그나마 위 스샷을 보니 기본 틀은 그대로지만 그라운드 패턴이라던가 선수들 얼굴 도트 등에서 약간의 퀄리티 업이 보여집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단순히 그래픽만 가지고 평가하시면 안됩니다.

사실 그래픽보다 더 쇼킹한 것은 조작 시스템입니다. 이 역시 피파나 위닝등 사실주의 축구게임에 비하면 안습 오브 캐안습입니다. 
현재 우리가 즐겨 하는 축구게임-위닝/피파-의 조작시스템은 일단 선수가 공을 잡으면 공을 잡은 선수와 공은 공을 차버리거나 상대방이 그 공을 빼앗기 전까지 하나의 유닛으로 간주가 됩니다. 게이머에게 드리블이라는 체감을 확실히 주기 위해서죠. 따라서 공을 잡은 선수를 위로 움직이면 공도 선수 따라 위로 가고, 선수가 좌로 가면 공도 좌로... 이게 현재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축구라는 게임의 기본 개념이었습니다. 하지만 센서블 사커는 공은 공이요, 나는 나로다 입니다. 만약 공을 잡고 가다가 갑자기 90도, 180도로 확 틀어버리면, 공은 그대로 가던 길을 갑니다. 혹은 공을 잡고 신나게 달리다가 그자리에 멈추기 위해서 커서키를 떼버려도, 역시 공은 그대로 가던 길을 갑니다.-.-
또한 이동 외의 동작-슛과 패스, 태클 등의 액션은 스페이스 키 하나로 이루어집니다. (지금 생각하니 당시 제가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겠구나 싶네요. 혹시 다른 키가 또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_-) 슛과 패스가 별도의 키로 배치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스페이스 바를 누르면 공을 '찹니다'. 길게 누르면 길게 차고, 짧게 누르면 짧게 찹니다. =) 공을 찼는데 그쪽에 상대편 골대가 있었으면 그게 바로 슛이고, 공을 찼는데 우리편 선수가 있으면 패스인거죠. 그래도 공을 차고 좌우로 약간, 아주 약간의 회전을 먹일 수도 있습니다.ㅇ_ㅇ

하지만 이 골때릴 것 같은 시스템으로 인해, 게임은 오히려 더욱 스피드 넘치고, 더욱 공격적이며 더욱 빠른 조작으로 익사이팅해집니다. ㅇ_ㅇ 공을 잡으면 일단 앞으로 패스패스패스- 그리고 골 에어리어가 화면에 들어올 때쯤 빠른 예측 슛- (+ 스타디움 히어로-오락실 499야구-의 커브같은 느낌으로 회전!!) 축구 게임이 마치 슈팅 게임처럼, 아니 그 어떤 슈팅 게임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거죠.

또한 레고인형 같은 안습의 그래픽도 역설적으로 게임성을 어느정도 받쳐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걸 정확히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잘은 모르겠는데, 쉽게 예를 들어서 그래픽이 실제와 매우 흡사하게 묘사되어서, 그것이 플레이어에게 사실감을 느끼게 해줌으로서 게임에 몰입하고 감정을 이입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면, 반대로 그래픽을 아주 단순화/도형화/상징화 시킴으로해서 그와 상응하는 효과를 얻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FM의 경기 시뮬레이션을 보면서 게이머는 실제 선수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때 화면에 어중간하게 버파1 같은 육각 폴리곤으로 떡칠한 선수들이 나오는 것보다 아예 숫자만 박혀있는 바둑알들만 보여지는게 플레이어의 기억과 상상력을 꺼집어 내고 그것을 머리속에 그려내는 것에 훨씬 도움이 되는 거죠. (물론 피파나 위닝처럼 아주 사실적으로 표현해준다면야 더 좋겠지만 말이죠.)


에, 엑박360이 고장난지도 어느새 1년 가까이 되었군요. PC버전으로 플레이 하면서, 팀 하나를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 이름들로 바꾸어 플레이하던 기억이 납니다. 몰입감 최고. 당시 저희 팀 투톱은 이의정 안연홍~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