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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있는 이야기/로마/피렌체 신혼여행

피렌체 part 5.1.

신혼여행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실 우리는 애초에 그리스를 가려다,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오가는 페리가 있는 것을 알고 그리스 + 이탈리아 여행을 가고 싶었으나 겨울에 그리스의 많은 섬들이 문을 닫는(-_-)다는 것을 알고 할 수 없이 이탈리아만 가기로 했다.

문제는, 이탈리아의 어느 곳을 7일동안 돌아보느냐였다. 로마는 기본으로 들어가고, 베네치아, 피렌체, 밀라노, 나폴리, 시칠리아 섬, 카프리 섬 등등... 너무너무 가고 싶은 곳이 많았는데

일단 짐 싸들고 여기저기 하루 이틀씩 묵는 것은 너무 비생산적이라고 판단하여, 일단 로마에 베이스 캠프를 치고, 그때 가서 땡기는 날에 땡기는 곳으로 무작정 가자고 결정했다. 추후 아내의 강력추천으로 땡기는 장소는 피렌체로 고정.


5번째 날 아침에, 간단히 짐을 싸서(양말 하나씩 더) 테르미니 역에서 피렌체 행 열차표(편도, 2人에 58.90유로)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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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에 도착

한시간 반정도를 가니까 도착한 피렌체. 일단 우리는 피렌체에서 1박 2일, 즉 하루 묵을 예정으로 왔으니까 숙소를 구해야지. 피렌체 역 내의 여행자 센터에서 숙소하나 구해달라고 하니까 친절하게 묻는다. '얼마짜리?' '...10유로 이하-_-'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더니 5.5유로짜리 호텔을 잡아준다.

이곳에서 아내의 S신용카드가 제대로 긁히지 않아 화를 좀 냈다. 내가 출발하기전에 국내에서 미리 확인해보라고 여러번 말했었는데... 근데 알고보니 이 후에는 잘 긁혔다. 아내님 죄송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좀 삽질을 한다. 원래 이날 피렌체 근교의 the mall이라는 명품 아울렛 투어를 가려고 했던 것인데... 분명 국내 가이드 책자에는 무료 셔틀이 있는 늬앙스로 적혀있는데, ARS로 전화해서 잠자코 들어보니 돈을 내라는 거 아닌가. 여행자 센터에 가서 물어보니 근처 여행사를 찾아가보라고 한다. 여행사를 찾아가보니 자기네들은 떠나는 날자가 있는데 그게 오늘이나 내일은 아니라고 한다. 근처 버스터미널을 찾아가보라고 한다. 버스터미널에 가니 여행사가 하나 있다. 오 이곳인가... 물어보니까 버스 매표소를 가라고 한다. 오, 그곳까지 가는 시외버스가 있다. 오케이, 이곳은 내일 가기로 한다. 옷 보따리 바리바리 싸들고 내일 시내 여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피렌체의 명물 두오모로 향했다. 이곳은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진혜림과 다케노우치 유타카가 만나는 곳인데... 난 그 영화를 보지 않았다. 솔직히 아내가 여기 꼭 가보고 싶다고 하도 노래를 불러서, 내 몸속에 흐르는 삐딱한 반동의 피-_-가 꿈틀하여, 그거 그냥 성당아냐? 하고 코웃음 치며 룰루랄라 걸었다. 가는 길에, 아까 아침에 화낸게 미안해서 아내에게 와플 하나 쐈다. 3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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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아직 뾰루퉁하다


기차 역에서 얼마 걷지 않아 두오모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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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밖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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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조반니 세례당

두오모 맞은 편에는 8각형의 산 조반니 세례당이 있다. 이 곳의 문을 보고 미켈란젤로가 '천국의 문'이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두오모 내부로 들어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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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언급했듯이, 성탄을 앞둔 이탈리아의 교회들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재현하는 장식을 갖춰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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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크리스마스 전이라 아기 예수가 구유에 놓여지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날 아기 예수 인형이 구유 위에 놓아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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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교인 아내의 설정샷


두오모 옥상에 가려면 입장료 6유로를 내야한다. 여기까지 와서 옥상에 안올라가본다는 것은 죄악이다. 고고싱. 계단이 230여개. 엘리베이터 없음. (당연히 몇백년전 만든 그대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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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은 좁은 통로로, 둥글게 원을 그리며 이어진다. 마치 중세 수도사들이 촛불들고 총총총 올라가는 기분으로 즐겁게 올라간다. 숨이 차오르고 땀이 난다. 참고로 꼭대기 까지 높이는 106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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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중간중간 밖을 볼 수 있는 채광 창이 뚫려 있다. 점점 밖에 보이는 풍경의 고도가 높아지면서 다리가 후들후들. 나는 고소공포증.


계단을 올라가다가 두오모 돔의 시작 부근에서 한번 쉰다. 이때 돔 외곽선을 따라 주욱 걸으며 돔 천정과 두오모 내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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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 나가는 게이트 위에는 안내요원(?)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수고하셨어요~' '어이구 감사합니다~' 이내 온몸 가득 피렌체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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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펼쳐지는 360도 탁트인 전경. 아무 저항없는 해발 106m(이상)의 거친 바람. 마치 내가 르네상스의 쥐뿔이라도 된 듯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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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객관적인 나의 모습은 이랬다. 후덜덜.

물론, 이 위에는 철망으로 안전장치를 해두었지만, 기본적으로 둥근 '돔' 위에 선 것이라, 바닥이 바깥쪽으로 경사져있는 관계로 내 몸은 본능적으로 공포에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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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에서 어느 한국인 커플을 만나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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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곳에는 당연히 온갖 낙서로 가득했는데, 다음에는 둘이서 오길 기원한다는 어느 한국인의 낙서가 인상적이다. (한글로 낙서를 한 것에 대한 비난을 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다. 가보면 알겠지만 꼬부랑 낙서가 훨씬 많다. 단지 한글 낙서가 한국인의 눈에 더 잘 들어오는 것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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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려가자. 아직도 예비군훈련 가면 이런말을 하더군. "조립은 분해의 역순" 마찬가지로 내려가는 길은 올라오는 길의 반대다. 길이 좁아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으면 한쪽 벽에 찰싹 달라붙어서 기다려야만 했다.


멋진 곳. 피렌체. 알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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